2024 회고, 그리고 2025 에는 목표보단 더 중요한 이것

2025. 1. 5. 19:36About Me/회고

최근 회고를 위해 휴대폰 갤러리를 통해 각 달에 대해 키워드를 뽑고 돌이켜보니,
2024 년에 나에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7월 1일 지금의 회사 입사 이전에 삶들이 마치 2,3 년이나 된듯한 일들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당시에 내가 지인들이랑 대화하거나, 만났을 때 찍은 사진들이 이번 회고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사진 많이 찍어야겠다 ㅎㅎ)

갤러리를 통해 각 달마다 키워드 추출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해당 템플릿은  오너스 님의 템플릿을 활용했습니다!)

(오너스 템플릿 링크)

위처럼 키워드 이후, 나온 대표적인 키워드 4 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1. 취준&뽀
  2. 기술 (소프트, 하드)
  3. 연애
  4. 여행

이 중 1,2 번에 대해서 회고를 이 글에서 하려고 한다.
(3,4 번은 따로 개인 노트에 ㅎㅎ)

1. 취준, 그리고 취뽀까지

대학교 4학년, 그리고 추가로 6 개월 간 스스로의 고민을 끝내고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해축갤의 시작부터 7/1 입사까지 약 6개월 정도의 취준 기간이 있었다.
당시 해당 기간에 기술적으로 안해보던 시도도 무턱대고 해보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기술보다도 의외로 이력서를 만들며 많이 배웠다.

많이들 이력서, 면접을 통해 회사에 어필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취준 이전에도, 그리고 취준 기간에 나 또한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다.
근데 사실 당시에만 해도 이 말을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저 “나 뽑아주세요 엉어유ㅠ” 라고 구슬프게 이력서를 끄적이던 한명의 취준 개미였을 뿐…

나 좀 뽑아줘유 ㅠㅠ

그래서 당시 유명한 개발자 이력서 블로그 20+ 정도를 찾아봤고,
그들과 거의 똑같이 만들고, 채용 플랫폼에서 회사 안가리고 이력서 난사를 했다.

이력사 난사 두두둗ㄷㄷ두...

뭐,,, 여기까지 나랑 비슷하게 하신 분들은 많았을 거고, 그리고 결과는 예상하다시피 서류 통과율이 5% 미만이었다.
꾸역꾸역 만들기는 했다만, 이떄 당시 만든 이력서는 만들고 나서 내 스스로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 이력서였달까.
문제는 내 이력서가 보기 싫은게, 그저 힘들어서 보기 싫다라고 착각한채 버전을 v20 까지 만들었다는거…

그렇게 약 20번 정도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사실 내가 뭐가 강점인지, 어떤 사람인지, 타 지원자 대비 뭐를 더 어필할 수 있는지,
즉 시장에 팔아야 하는 상품인 ‘나’ 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력서 작성을 잠시 중단하고, 다시 한번 내 발자취와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면접왕 이형 유튜브 & 책을 정말 많이 참고했다! 정말 많이 강추한다!!!)

정리된 발자취와 프로젝트를 가만히 보다보니,
내가 남들과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조금은 다르게 풀어냈다는 게,
남들과 다른 이 지점이 꽤 공통적으로 내 발자취에서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게 내 이력서의 컨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잘 붙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깨달음에 비해서 결과는 그렇게 또 드라마틱 하지 않았다.
할만큼은 한 거 같은데, 대체 뭔가 문제였을까? 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고민을 하다,
예전에 읽었던 찰리 멍거 바이블 이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목수에게는 세상 모든 문제가 망치와 못으로만 보이고,
심리학자는 모든 문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만 보며,
경제학자는 모든 문제를 경제학적 이론으로만 풀려고 한다.

 

이 구절은 각자 사람 본인의 도구나 관점에 만갇힌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다양한 관점과 학문적 융합을 통한 통합적 사고를 강조한 찰리 멍거의 말이다.

그렇다, 나는 내 이력서를 그저 취준생, 개발자의 시선에서만 작성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력서를 개발자의 시선이 아닌, 그저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비개발자의 시선에서 봤더니,
다음 사항들이 문제였다.

  1. 같은 내용이더라도, 내용 배치가 엉망이다.
  2. 디자인이 너무 구리다.

해당 문제점들은 개발에서 배운게 아니라서, 다른 분야에서 답을 구해야 했고 찾은 분야가 바로 마케팅이였다.
사실 취업 시장이라는 본질을 생각한다면, 진작에 마케팅을 봐야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이야말로, 상품(나) 를 시장에 팔도록 촉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력서를 마케팅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다

그때부터 나는 이력서를 개발자 이력서가 아닌, 마케팅 전략의 한 부분으로 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력서가 단순히 "내가 이러이러한 기술을 할 수 있다"고 나열하는 도구가 아니라,
회사라는 고객에게 "왜 나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마케팅 자료라는 인식으로 전환했다.

1. 내가 가진 가치의 재발견

우선, 내 이력서를 "회사 입장에서의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으로 재구성했다.
고객 여정이란, 고객이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는 과정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인데,
이를 채용 프로세스에 적용해보니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 문제 인식: 채용 담당자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
  • 탐색: 채용 담당자는 이력서를 검토하며, '이 사람이 정말 우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가?'를 판단한다.
  • 결정: 면접 후, 해당 인재를 채용할지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내 이력서는 탐색 단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며, 첫인상을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첫인상을 위해 다음과 같은 부분에 집중했다.


2. 시각적 구성

처음에는 canva 에서 줏어온 이력서를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기교를 빼고 정직하게 쓰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해 구글 Doc 의 기본 이력서 템플릿을 활용했다.

구글 Doc 의 기본 이력서 템플릿


3. 스토리텔링 도입

마케팅의 기본은 스토리텔링이다.
내가 단순히 어떤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지 나열하는 대신,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문제-해결-결과의 구조로 풀어나갔다.

예를 들어:

  • 문제: 기존 시스템이 초당 500건의 요청을 처리할 수 없었던 상황.
  • 해결: Redis와 캐시 설계를 최적화해 초당 1,500건의 요청 처리 가능.
  • 결과: 전체 시스템 속도 200% 향상 및 장애 발생률 50% 감소.

이러한 스토리를 통해 내가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제공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이력서의 한 부분


4. 고객 맞춤형 이력서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지원하는 회사에 맞춤형으로 커스터마이즈했다.
나의 경우 주 고객층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내 문제 해결 능력과 빠른 적응력을 강조했었다.

2. 기술 (소프트 & 하드)

하드 기술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겪은 것도, 배운 것도 참 많았다.
상반기 취준 기간에는 해축갤 프로젝트를 통해, 하반기에는 회사에서 실제 업무를 통해 많은 성장을 경험했다.

개인 프로젝트는 실제로 운영되는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실험적으로 이것저것 시도하며 부담 없이 다양한 기술을 붙여볼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실제 운영되다보니, 레거시를 수정하거나 리팩토링할 때마다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신입이라는 방패를 믿고, 이것저것 과감하게 시도하며 많은 도전을 해볼 수 있었다. 😊

후,,,

물론 모든 도전이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사용자 맞춤 기능을 도입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사용자가 거의 쓰지 않아 의미를 잃은 기능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경험들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알림톡이란?

최근에는 회사에서 알림톡 시스템의 담당자로 지정되어 기존 알림톡 시스템을 리팩토링하며
전략 패턴아웃박스 패턴을 도입하는 등 의미 있는 개선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 이론으로만 익혔던 패턴을 실제 코드에 적용하며 다시 한 번 복습할 수 있었다.

과정에서 새로운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기존 레거시와 새 코드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작업이 가장 까다로웠다.
특히 알림톡 서비스가 40개 이상의 의존성을 가져,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는 경우가 많아
긴장감 속에서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소프트 기술

입사 전에는 내가 굉장히 열린 의사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열려있던" 탓일까… 지난 9월이나 10월쯤, 팀 회의 이후 팀원과 점심을 먹던 중 충격적인 피드백을 들었다.

“채훈님, 회의 때 점점 데시벨이 올라가서 흥분한 것처럼 보였어요.”

이 말을 듣고, 내가 그런 스타일이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
그 이후, 이 문제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작은 실천들을 시작했다.

  1. 회의 전에 차를 마시며 심호흡을 했다.
  2. 회의 때 들고 가는 노트에 “차분하자… 차분하자… 차분하다…”라고 세 번씩 적었다.
  3. 의식적으로 말투를 조곤조곤하게 다듬으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이런 노력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심했지만, 최근 팀 회의에서 팀원들과 의견이 많이 엇갈린 상황이 있었다.
그 회의 이후, 과거에 피드백을 줬던 팀원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채훈님, 이번에는 데시벨이 높아질 줄 알았는데 안 높아져서 의외였어요.”

그 말을 듣고, 내가 노력했던 점이 팀원들에게도 비춰졌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비록 작은 변화일지 모르지만, 팀과의 소통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낸 점에 스스로도 만족했다.
앞으로도 더 나은 소통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3. 2025년, 목표 설정하기 전에

2025년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회고와 다짐을 작성하게 될 것 같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습관적으로

2025년에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까?

 

라고 생각하던 중,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언제나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는 중에
과정에서 발견한 무언가에 더 강하게 끌리진 않았나?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라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목표를 세우고 그것만 바라보며 달리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히려 목표보다 '기준'을 세우는 것이 나에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니체 인생수업: 니체가 세상에 남긴 66가지 인생지혜라는 책에서,
신년 다짐에 관한 이런 문구가 있었다.

나는 새해 첫날처럼 무언가를 소망하고 사랑하고 싶은 날이면,
최대한 그러한 마음들을 씻어버리며 애쓴다.

대신 사물에서 비롯되는 필연적인 사건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는 것,
나는 이것을 배우고 싶다.

이 문구를 읽고, 목표를 세우기 전에 나 자신에게 이러한 마음가짐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자세가 있다면, 어떠한 목표를 세우더라도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겪는 좌절조차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경험들은 언젠가 나에게 꼭 필요한 경험치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28년과는 달리, 단순한 목표 대신 두 가지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2025년, 나만의 기준

  1.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
    •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Amor Fati는 니체의 철학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내가 처한 상황과 운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다.
    •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내가 처한 상황에서 의미를 찾고 그것을 즐기며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는 뜻이다.
  2. 의사 결정에 있어 제 1 원칙은 '가슴이 뛰는 재미'
    •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그것이 나를 설레게 하고 재미를 느끼게 하는가다.
    • 재미있는 일에 몰입할 때 얻는 에너지와 성취감은 그 어떤 외부적 보상보다도 크다.
      결국, 내가 진정 즐길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2025년을 시작하며, 목표라는 단어 대신 기준이라는 단어를 세워보았다.
이 기준들은 단순히 올해를 넘어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이 다짐이 올해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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